멀리서 동이 트기 시작하면, 온 동네 닭들이 꼬끼오하고 하루의 시작을 알린다. 닭이 겹쳐 우는 소리가 요란하게 마을을 울렸다. 잠귀가 밝은 민현이 퍼뜩 눈을 떴다. 머리맡에 놓아둔 시계를 보아하니 이제 여섯 시가 된 참이었다. 그는 찌뿌둥한 몸을 일으켰다. 지난밤 성우가 추천해준 소설책을 읽느라 늦게 잤더니 이른 기상이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학교는 가야 ...
가벼운 산들바람이 북촌을 맴돌았다. 장난꾸러기 바람은 하숙집 처마 밑에 달린 풍경을 흔들고 지나갔다. 작은 종은 반가운 손님을 맞이하듯 밝은 소리를 냈다. 딸랑이는 소리가 민현과 성우의 귓가에 가득 담겼다. 얼마만에 느끼는 안정과 편안함이던가. 두 번 다시는 이별을 겪고 싶지 않았다. 절대 놓아주지 않겠다는 듯, 성우는 제 옆에 앉은 민현의 허리를 양팔로 ...
불교에서는 사람의 고통을 크게 여덟 가지로 분류한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생生, 로老, 병病, 사死가 대표적인 사고四苦이다. 이처럼 한 개인의 일생을 아우르는 고통의 뒤엔 애별리고愛別離苦가 이어진다. 이는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야 하는 괴로움’을 의미한다. 왜 이별의 아픔이 생로병사의 직후에 뒤따르는지, 성우는 뒤늦게서야 그 이유를 깨달았다. 이별의 고...
새벽은 고요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이 깊은 잠에 빠졌다. 공기 흐름마저 멎은 듯했다. 어둠만이 유일하게 텅 빈 마을을 자유롭게 유영했다. 이윽고 그는 성우의 방 앞에 멈춰 섰다. 그는 문 틈새로 뱀처럼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낯선 침입자는 방의 주인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성우는 몸을 옆으로 웅크린 채 잠들어 있었다. 안 좋은 꿈을 꾸는지 긴 속눈썹이 불안...
팔랑. 얇은 종이 한 장이 옆으로 넘어갔다. 시선이 다시금 빽빽한 글자로 옮겨가기 전, 새 여러 마리가 합창하듯 짹짹 울어댔다. 마치 봐달라는 듯 지저귀는 소리에 성우는 책을 내려놓고 창문을 열었다. 청명한 하늘과 목화솜 같은 구름 아래 한 무리의 새가 떼 지어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창틀에 기대서서 산골 마을의 평화로운 광경을 지켜보았다. 선명한 ...
올림픽 AU - 사격x양궁 4년마다 돌아오는 올림픽은 전 지구를 들썩이게 하는 대형 이벤트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올림픽에 대한 기대와 열기로 온 세상이 들썩거렸다. 옹성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20XX년 하계 올림픽 시즌이 시작되고, 그의 마음은 풍선처럼 부풀다 못해 개막식 엔딩 때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았던 불꽃처럼 펑하고 터져버렸다. 그는 대한민국 양궁 ...
※이번 편에는 폭력적인 내용을 수반하고 있습니다. 주의와 양해 부탁드립니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나날이 이어졌다. 그동안 민현은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을 다했다. 어떤 일이든 허투루 하지 않으며 기회가 오길 기다렸다. 학기가 끝나갈 때쯤 그의 노력을 눈여겨보던 교수 한 명이 자신의 연구실로 민현을 초대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그는 민현이 ...
이른 시간부터 태양이 뜨겁게 작열灼熱했다. 온몸을 찌르는 열기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땀이 삐질삐질 났다.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해풍海風은 더위를 날리기에 충분하지 않았다. 작은 새의 날갯짓 같은 부채질이 부질없음은 더 말해서 무엇하랴. 이겨낼 방도가 없으니 참고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인내는 민현의 주특기였다. 그는 턱에 맺힌 땀방울을 손등으로 닦아내...
고요한 선율의 야상곡은 밤마다 울려 퍼졌다. 성우를 감싼 짙은 향수는 공기를 타고 여름에서 겨울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제는 봄이 돌아올 차례. 수은주의 빨간 선은 서서히 높아졌고, 그것을 비추는 해도 길어졌다. 옷차림 또한 가벼워졌음에도, 때때로 성우의 마음은 무겁게 침잠했다. 여전히 기다림에 끝이 보이지 않은 탓이었다. 그의 애타는 심정을 비웃듯 전쟁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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