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이런.” 오징어처럼 흐느적거리던 윤이 두 눈을 반짝였다. 그녀 역시 저 낮은 목소리의 주인을 알기에. 윤은 뮤지컬 배우처럼 과장된 액션으로 옹성우를 밀어냈다. “금일 파티는 끝났으니 이만 나가주시지요.” “아니, 저기요? 데려다 준 사람한테 고맙다고는 못할망정.” 그 사이에 윤은 성우가 들고 있던 카드키를 잽싸게 빼앗았다. 그리고 스파이처럼 빠르고 ...
... 회의가 어떻게 끝났는지 모르겠다. 성우는 어질어질한 머리를 붙잡으며 간신히 건물 밖으로 도망쳐 나왔다. 숨 막히던 곳에서 벗어나 야외로 나오니 겨우 살 것 같았다. 도대체 지난 3시간을 어떻게 버텼더라, 그는 자신이 살아나왔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웠다. 교수라는 족속은 신기하다. 자기가 말할 기회는 절대 놓치지 않는다. 처음에는 회의 내용과 비슷하게 가...
한 때, 나 자신보다도 더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다. 어- 서- 일어-나-♪ 두툼한 이불 속에서 마른 손 하나가 비죽 튀어나왔다. 손은 침대 협탁에 올려두었던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가늘고 긴 손가락이 화면을 몇 번 두드리자, 시끄러운 소리가 잦아들었다. 현재 시각은 오전 6시 30분. 월요일이었다. 아, 월요일 너무 싫어 진짜. 그가 중얼거렸다. 그 사이에...
안녕하세요! 추석 연휴 잘 보내셨나요. 방금 전, 우체국택배로 책 배송을 완료했습니다. 기다려주신 분들께 모두 감사드립니다. (메일로도 안내 드릴 예정입니다.) 그리고 파본 대비하여 몇 권을 더 추가로 제작한 것이 있어, 이를 재고판매로 돌립니다. 파본 하나 없이 예쁘게 나온 책들 사고 싶으신 분들은 언제든 포스타입 메시지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기간 한정...
지이잉. 지이잉. 지이잉. 핸드폰이 커피 테이블 위에서 계속 진동했다. 막 샤워를 마치고 나온 민현이 핸드폰을 집어들어 그 내용을 확인했다. 혹시라도 일과 관련된 연락인가 싶어 확인한 것이 무색해질 정도로 온통 살색뿐인 사진 여러 장이 화면에 떴다. 지난번 우연히 몸을 섞었던 모델이 또 만나고 싶다며 보낸 것이었다. 그는 흥미 없는 얼굴로 수십 개 쌓인 메...
눈앞이 희뿌옜다. 짙은 안개가 낀 것처럼 모든 것이 흐렸다. 두꺼운 겨울옷을 껴입고 물속에 빠진 것처럼 몸이 무거웠다. 손끝, 발끝조차 움직일 수 없는 기이한 압박감이 전신을 감쌌다. 그때 등 뒤에서 열감이 느껴졌다. 다른 네 가지 감각들이 마비된 것과 달리, 촉감만이 예민하게 외부 자극에 반응했다. 부드러운 열감은 흡사 누군가의 손길 같았다. 열감은 성우...
2월 말. 아직 절기는 겨울이었다. 오후 일곱 시지만 온 세상은 자정처럼 어두웠다. 옹성우는 텅 빈 버스 정류장에 서 있었다. 홀로 두 발을 딛고 선 그를 가소롭게 여긴 듯, 맞은편에서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성우는 두꺼운 남색 목도리에 조막만 한 얼굴을 파묻었다. 잘생긴 얼굴의 반이 사라지자, 쌩쌩 불던 바람의 기세가 푹 꺾였다. 바람은 재미없어졌다는 ...
주름진 곳 없이 팽팽하게 당겨진 벨벳 소파의 정 가운데에 성우가 자리 잡았다. 그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고 앉은 것치고는 민현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심 있게 바라보았다. 민현은 방 안을 이리저리 오가며 ‘성우에게 잘 보일 수 있는 룩’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고 있었다. 이미 디자인 컨셉 회의 때부터 참여했으므로 어떤 의상과 소품이 준비되어 있는지는 알고 있었다...
소나기는 금방 멈추었다. 그 사이 산하엽 꽃은 빗물에 맞아 투명해질 대로 투명해졌다. 모르는 새에 시간이 꽤 지났다. 성우는 이제 방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민현과 밀착해 있던 게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후다닥 달려서 방으로 돌아갔다. 감정을 꾹꾹 눌러 담은, 아주 작은 고맙다는 말 한마디만이 베란다에 남아 메아리처럼 울렸다. “거 참. 어렵네.” ...
성우에게 민현의 말은 다소 위협적이었다. 혹시라도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가 나중에 엄마가 알게 되어 된통 혼나면 어떡하지? - 이 생각을 마쳤을 땐 이미 성우의 귓가에 서릿발 같은 엄마의 화난 목소리가 서라운드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 성우는 마지못해 숨어있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느리게 현관문으로 향했다. 잠금장치에 손을 대기까지 수백 번의 고민과 걱정을...
쏴아아- 샤워기를 틀어놓은 것처럼 내리는 빗소리에 잠이 깼다. 성우는 눈을 비비고 일어나 습관처럼 핸드폰 시계부터 확인했다. 아직 오전 7시도 되지 않은 이른 시간. 그는 자기 전 열어둔 창문을 닫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지금 일어나서 씻고 하루를 시작하면 이상적일 테지만, 이상하게도 몸이 무거웠다. 꼭 물먹은 솜처럼. 성우는 한동안 침대 위에 멀뚱멀뚱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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